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할아버지,

아티클 정보

둥지
Essay
등록일
2026-07-26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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툭, 툭.
낡은 마루에 떨어지던 할아버지의 장화 흙덩이는
어린 내 마음을 멍들게 하던 인색한 돌멩이였다.

"사탕 하나만..."

처마 밑에서 내뱉은 비굴한 나의 투정에도
할아버지는 무딘 낫을 숯돌에 슥, 슥, 갈며

"땅 파 봐라, 단내 나나. 흙내 나지."

하는 쉰 목소리만 툭 던지셨다.
평생을 쫙쫙 갈라진 논바닥과 허기지게 사투하며
뼈마디가 뒤틀린 노인에게 다정함은 사치였고,
그 지독한 결핍은 손주의 손을 잡아주는 대신
꼿꼿하게 굽은 등으로만 남았다.
그렇게 제대로 된 온기도 나누지 못한 채
할아버지는 흙으로 돌아가셨고,
내 가슴엔 채우지 못한 휑한 구렁텅이만
서늘하게 박혀 있었다.

세월이 흘러 꿈에서 마주한 할아버지는
무겁던 지게를 내려놓고 고풍스런 한옥 마루에
대감집 어르신 차림으로 앉아 계셨다.

정정하게 팬 주름 사이로
생전 처음 보는 인자한 미소가 번지자,
나는 평생을 기다려온 대답을 들은 아이처럼
할아버지의 발치에 엎드려 정중히 큰절을 올렸다.
이마가 바닥에 닿으려는 찰나,

"야야, 고생 많았다. 이제 다 털어버려라.."

하시며 거친 손마디로 내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셨다.

잠에서 깨어났을 때 내 뺨을 적신
눈물 너머의 그 개운함은,
당신의 고단했던 생애를 건너 내게 도착한
고요하고 뜨거운 화해였다.

메타데이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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